작성일 : 15-10-10 02:07
[매일경제 13/10/29] 무대 예술 원석 찾는 한국민속예술축제
 글쓴이 : 홈피지기
조회 : 773  

[매일경제 13/10/29] 전지현 기자의 아름다운 예술경영 - 무대 예술 원석 찾는 한국민속예술축제

지난 10월 6일 남한강이 흐르는 충청북도 단양군 단양생태체육공원. 선녀로 곱게 분장한 할머니들이 하얀 부채를 들고 춤을 추고 있었다. 몸놀림은 둔했지만 혼신을 다해 함경북도 백두산 선녀춤을 재현했다. 백두산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함경북도 사람들이 서낭제와 산신제를 지내면서 추던 춤이다. 우리가 잘 아는 '나뭇꾼과 선녀' 민족 설화 소재도 백두산이다. 선녀가 모든 신을 대신해 하강한다고 믿었다. 이 춤은 정교한 손놀림으로 부채의 흐름과 각도, 위치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우아하게 춰야 한다. 느린 굿거리와 빠른 굿거리, 자진모리 장단에 몸을 맞춘다.

함북민속예술보존회의 선녀춤이 끝나자 뱃사람들과 어촌 아낙네들의 놀이판이 벌어졌다. 부산광역시 다대포후리소리보존협회가 멸치 후리질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와 춤이다. 멸치잡이 그물을 배에 싣는 과정부터 풍어를 자축하는 소리까지 신명나게 펼쳐졌다. 4분의 3박자의 단조로운 가락으로 선창과 후창으로 나누어 불렀다.

21세기에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려놓은 민속 놀이가 왜 한창일까. 바로 잊혀져가는 전통 예술을 발굴하고 보존하기 위해 열리는 제54회 한국민속예술축제다. 1958년 정부가 전통과 민족 정체성을 찾기 위해 시작한 경연대회다. 반세기가 넘게 대회를 치르면서 사라져가는 민속예술을 발굴해 복원했다. 이 축제를 통해 빛을 본 강강술래와 남사당놀이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강강술래는 1961년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한 후 문화체육관광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다. 역사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아 1996년 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돼 보존돼왔다. 2009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어 그 가치를 드높였다.

남사당놀이는 1976년 한국민속예술축제 대상을 차지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왔다. 남사당놀이는 조선 후기 농어촌 서민층을 위한 공연. 풍물놀이, 버나(대접 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보기(탈놀이), 덜미(꼭두각시놀음)가 이어진다. 양반 사회의 부도덕성을 비판하고 민중의식을 일깨우는 역할을 했다. 사물놀이 대중화를 이끌어낸 김덕수 사물놀이패도 이 축제를 통해 발돋음했다.

임돈희 한국민속예술축제추진위원장은 "민속 놀이의 뿌리와 원석을 발굴하는 축제"라며 "대회를 통해 발굴한 민속 예술을 다듬어 무대 공연으로 승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올해 축제는 지난 10월 3~6일 충청북도 단양군 단양생태체육공원에서 펼쳐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단양군이 주최하고 한국민속예술축제추진위원회가 주관했다. 울산 허계굿과 광주 무돌농악, 경기 광지원농악 등 19개팀이 참가해 경연을 벌인 결과 대상은 평안남도 향두계놀이가 차지했다. 실향민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힘겹게 명맥을 이어오던 이북 민속놀이가 영예를 차지해 의미가 깊었다. 이북5도 팀의 대통령상 수상은 1961년 황해도 봉산탈춤 이후 52년만이다.

향두계놀이는 파종 준비와 씨앗뿌리기, 모심기, 김매기, 추수와 방아 찧기 등 농사 짓는 과정을 소리와 춤으로 표현한 종합민속연희. 국립국악원 소속이자 서도 소리 명창 유지숙 선생은 오직 사명감으로 30년 넘게 향두계놀이보존회를 이끌어왔다. 대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순간 회원 80명은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회원들은 거의 매주 서울에 모여 어렵게 연습을 해왔다. 숙박비와 식비, 의상과 소품 구입 비용이 엄청나 애를 먹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회 참가비 1000만원을 지원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유 명창이 사비를 보태는데도 한계가 있어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1000만원을 모았다. 또 백남진 평안남도 도지사와 군수, 주민들도 1000만원을 지원했다. 그래도 비용이 모자라 국악 애호가인 백용기 거붕그룹 회장이 2000만원을 후원했다.

그 응원에 힘입어 단원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 대회 장소로 가서 자동차 불을 밝히고 연습을 했다. 심사위원들이 귀를 막을 정도로 큰 소리로 추임새를 하고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80명이 마음과 정성을 모은 결과 대상을 차지했다. 조직력과 연출 구성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유 명창은 "사명감 때문에 이끌어왔지만 너무 힘에 부쳐 올해 대회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참가했다. 그동안 노고를 인정받아 너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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