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2014-12-31] 기미양 “2014, 아리랑 창조적 계승의 해”…위대한 3대 성과
서울=뉴시스】기미양 이사·아리랑학회 = 2011년 중국의 아리랑 자국 국가무형유산 지정으로 고조된 아리랑 현상은 금년 북한의 유네스코 등재에 이어, 내년 중반기 우리 문화재청의 아리랑 국가주요무형문화재 지정과 중국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신청 여부로까지 이어질 듯하다.
3국이 하나의 종목을 각각 역사와 성격과 내용을 달리하여 자국 문화재로 지정한 것도 이례적인데,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아리랑 현상’을 있게 할 만하다.
이는 아리랑을 단순한 전통민요의 하나로만 보아야 하느냐는 본원적인 문제와 함께 각기 다른 국가명으로 인류무형유산이 된 남북의 아리랑이 과연 ‘아리랑 분단’ 효과 그 이상이 검증될 수 있는가의 문제까지 제기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 ‘아리랑 현상’ 속에는 자발적 전승주체임을 자긍심으로 삼고 아리랑을 향유한 지방 곳곳의 아리랑꾼들이 있었다. 바로 이들이 아리랑판의 주인인 것임을 믿는다.
필자는 두 번에 걸쳐 아리랑판의 주인공들을 기록했다. 오늘 2014년의 마지막 날 기억하고 싶은 아리랑 사연을 가슴에 담으려 한다. 단견으로 표현하면 ‘창조적 계승’ 아리랑 판 세 가지이다.
하나는 경서도 국악인 유지숙의 창작 아리랑 14편을 담은 음반 ‘우리 아리랑’ 발매(신나라레코드)이고, 둘은 한국가곡연구소의 ‘아리랑 한국예술가곡집’ 발간이고, 마지막은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이 아리랑을 수록한 음반 ‘I Was, I Am, I Will’을 발매한 것이다. 모두 아리랑의 창조적 계승이란 선례로 내세울 만한 성과작들이다.
◇‘구동존이 아리랑’에서 ‘우리 아리랑’으로
2년 전, 늦었지만 나와야 하는 아리랑 음반이 나와 주목을 끈 것이 유지숙의 ‘구동존이(求同存異) 아리랑의 재발견’(신나라레코드)이다. 전공인 서도창으로 북한과 중국 동포들의 아리랑을 우리가 음반화한 것이다. 진정한 통일이 ‘어느 시점의 순간적인 사건’이 아닌 땅과 사람과 마음이 하나되는 통합이라면, 알고 부르고 있는 아리랑이 서로 같은 아리랑으로 불리는 것이 앞서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음반은 소중한 남북문화교류의 실적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아리랑을 주체화한 유지숙이 이 땅 곳곳을 표제화 한다는 마음에서 금년에 제주도에서 경기도까지의 지명 아리랑을 창작하여 음반화했다. 작곡가(이상균 세한대 전통연희학과 교수)와의 일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각각의 작품마다 지역성을 충실히 고려하였다.
“서도소리와 경기소리가 섞여있는 지방이라서 강화아리랑을 그 선율에 얹었다. 제주아리랑은 제주의 독특한 선율과 방언을 가사로 만들어 이질감 없이 자연스런 아리랑이 되도록 했다. 제주도청이 관심을 갖고 방언을 감수했고 탐라문화제 때 초청해 부르도록 해줬다.”(유지숙)
14곡의 창악 아리랑을 한 음반에 담고, 이를 발표회에서 실연하였으니 이는 이미 ‘아리랑 완창’으로 표현했듯이 민요계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작곡·작사가나 창자의 활동은 앞으로 강원도와 북한지역 대상 아리랑을 창작하리라는 확장성을 기대하게 한다. 이 확장성은 이 음반이 번다한 아리랑 상황 속에서 의미있는 아리랑의 ‘창조적 계승’ 작업의 실증임을 기록하게 하는 것이다.
◇아리랑의 세계화 ‘아리랑 한국예술가곡집’
유지숙의 작업이 아리랑을 민족의 노래로 역할하게 하는 것이라면, 한국가곡연구소의 ‘아리랑 한국예술가곡집’(KOREAN ART SONG, INTERNATIONAL EDITION) 발간은 아리랑의 세계화를 위한 성가로 보게 된다. 이미 사단법인 한겨레아리랑연합회와의 참여로 2012년 발행된 ‘한국예술가곡집’ 제1권의 발행으로부터 인연이 있는 연구소와 아리랑 가곡을 집대성한 자료집을 발간하여 해외에 알리는 것이 의미있겠다는 논의를 하였다.
이후 필자는 세 곡 정도의 창작을 발의하고 백병동, 임준희, 그리고 이탈리아 피렌체 음악원 교수인 파올로 푸를라니(Paolo Furlani)에게 위촉하였다. ‘정선아라리’ 사설에서 가사를 선(選)하고, 창작 아리랑인 ‘아리랑 산천에’와 ‘베니스아리랑’을 낳게 하였다.
필자로서는 2000년 12월10일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시상식 때 조수미가 “아리랑은 평화를 상징한다(Arirang is a symbol of peace)”라는 멘트와 함께 ‘아리 아리랑’(작곡 안정준)에 감동한 후로 아리랑 가곡작품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2001년 ‘통일아리랑축전’을 기획하며 작곡가 최영섭 선생에게 ‘의병아리랑’과 ‘따르리라’ 라는 두 곡을 위촉, 초연을 한 바 있다.
이번에 이들을 포함하여 가곡집에 모두 수록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제1집에서 시도되어 평가를 받은 가사에 국제음성기호(IPA)를 적용, 아리랑 가곡에 세계 솔리스트들이 용이하게 접근하게 하였다. 분명 한곡가곡의 역사 만 아니라 아리랑의 세계화에도 평가가 기대되는 작업으로, 아리랑의 예술가곡화라는 창조성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이 기대는 두 작곡가의 발언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한 아리랑 멜로디가 이토록 강한 영감을 주는 것이 놀랍다”(파올로 푸를라니),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는 가사 두 줄에 이렇게 아름다운 문학적 미학이 숨겨진 줄 몰랐다.”(임준희)
이미 피렌체 무대에 ‘콩쥐팥쥐 이야기’를 오페라로 작곡하여 올렸던 만큼 우리 아리랑에 대한 정서를 갖고 있는 작곡가의 평가이고, 현역 중 대표적인 작곡가인 암준희 선생은 아리랑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말한 것으로 세계화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최고은 ‘I Was, I Am, I Will’ 속의 아리랑
필자의 핸드폰 컬러링은 나윤선의 ‘아리랑’이다. 유럽 재즈계에 알린 작품이라 많은 이들에게 선물을 하는 마음으로 핸드폰에 사용했다. 그런데 이 작품만큼 좋은 또 하나의 아리랑이 출현했다. 바로 세 장의 미니 앨범을 통해 안정적인 가창력과 호흡법에서 깊은 인상을 주는 보컬로 평가를 받은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이 부른 ‘본조아리랑’이다.
첫 공식 음반 ‘I Was, I Am, I Will’ 11번 트랙 곡으로 6번의 뱃노래와 함께 감동을 받았다. 뱃노래는 ‘편곡-해체’로 전통민요를 모티브로 한 로킹 사운드라면, ‘아리랑’은 세 가지 악기에 의한 ‘포크적 재해석’이다. 인트로와 엔딩이 전혀 아리랑이 아니다. 이런 편곡이 오히려 4분을 아득한 아지랑이 속으로 유도한다. 자신의 어쿠스틱 기타와 간결한 드럼, 전기 기타가 주는 단출함이 최고은 특유의 서정성을 더해 주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혹시라도 이 두 줄 가사를 거친 해석만으로 칙칙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꼭 최고은의 이 곡을 들어보기를 권한다. 존 바이즈의 ‘리버 인 더 파인’의 서정성을 느끼는 반전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아리랑에서 존 바이즈를 느낀다! 이 얼마나 놀라운 반전인가? 이는 아마도 앞선 트랙 타만 네가라(Taman Negara)에서 갖게 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말레이시아 밀림에 대한 동경심과 다음 트랙 ‘봄’에서 ‘우리는 왜 서로가 숲이 될 수 없는가’라는 성찰적 가사로 이어지게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최고은이 판소리와 민요에 능한 가수라는 기대감의 반전이 주는 즐거운 배신감에서 느낀 것일 수도 있다. 또 아니면 엔딩 부분의 ‘아~리~’만의 무심한 읊조림이 추임새보다 더 긴 여운을 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 나는 이제 내 핸드폰의 컬러링을 바꾸게 될 것 같다. 창작 아리랑으로? 가곡 아리랑으로? 아니면 최고은의 아리랑으로? 새해 어느날 확인해 드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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