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뉴스 2006.11.07] 中 울린 명창 유지숙 “서도소리 음색,클래식만큼 깊다”
[쿠키 문화] 지난 3일 중국 후난성 츠비시 난핑산(湖南省 赤壁市 南屛山)에서 우리 서도소리 ‘공명가(孔明歌)’가 울려 퍼졌다. 서도소리 유지숙(43·국립국악원 민속연주단) 명창이 기품과 색감 어린 소리로 관객들에게 한국 전통음악을 선보인 것이다. 이날 행사는 나라음악큰잔치추진위원회(위원장 한명회·서울시립대 교수)가 한-중문화예술교류 차원에서 판소리,서도소리 등의 무대가 되는 적벽에서 공연 ‘적벽대전의 환몽’을 추진해 이뤄졌다.
난핑산은 양쯔강 중남부에 위치한 곳으로 삼국지 적벽대전의 적벽을 안고 있는 야트막한 산이다. 따라서 ‘공명가’는 조조의 대군과 일전을 치루게된 제갈공명이 난핑산에 올라 동남풍을 비는 광경을 묘사한 노래다.
유씨는 이날 공연에서 후난성 문화청 관계자와 후난음악대학 학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츠비시 시민들은 생소한 장르 서도소리를 낯설어 하면서도 삼국지를 바탕으로 노래한다는 설명에 관심있게 들었다.
서도(西道)는 한반도 서북쪽인 평안도와 황해도 지역을 말하며 이 지역의 향토가요 서도소리는 콧소리로 얕게 탈탈거리며 떠는 소리,큰소리로 길게 뽑다가 갑자기 콧소리로 변해 조용히 떠는 소리 등의 특징을 지닌다. 평안도 민요 ‘수심가’,황해도 민요 ‘몽금포타령’,잡가 ‘공명가’ 등이 서도소리의 대표적 곡목.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에 이 소리가 크게 부흥했으며 1969년 9월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명창 김밀화주를 이은 장학선 김정연 오복녀 이은관(李殷官) 등이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그러나 유씨는 “남북한 어디에서도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음 국악 장르”라며 “이대로 가다간 전수자나 전공자가 없어 사라질지도 모른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다음은 유씨와의 1문1답.
- ‘공명가’의 무대에 와서 직접 부르니 어떤가.
△ 축복 받았다는 느낌이다. 이 먼 곳까지 찾아올 기회가 생기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드라마 ‘대장금’ 때문에 중국 관객들의 호응이 높아 흥이 절로 나는 느낌이다. 서도잡가 특유의 애절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공명가’에 이어 부른 ‘수심가’ 역시 한국에서 부를 때와 맛이 다른 것 같다.
- 그런데 서도소리를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른다. 아쉽지 않은가.
△ 국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지만 판소리나 해금음악 등 특정한 장르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70∼80대 어르신들이나 서도소리를 알까 나머지 세대들은 모른다. 사라져 가는 음악을 하는 것 같아 외로울 때가 많다. 그렇지만 명맥을 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경기민요처럼 흥이 나는 음악도 아니어서 더욱 설자리가 좁다.
- 아무래도 황해도와 평안도가 북한 땅이어서 남한에서 서도소리가 불려지기 쉽지 않는 점도 있을 것 같다.
△ 어려서 서도소리를 흥얼거리기 시작한 후 서도소리의 고향에 가면 사람들의 호응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 왔다. 그런데 정작 평양에 가서는 서도소리를 부르지도 못했다. 지난 2002년 ‘평양축전’에 서도소리 대표로 뽑혀 갔는데 북쪽 관계자들이 서도소리 곡 ‘개성난봉가’ 를 보더니 “난봉이 뭡네까?”라고 묻더니 부르지 말라고 하더라. ‘난봉’이라는 단어가 퇴폐적이라는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혁명에 도움되는 음악을 하라고 그쪽 관계자가 이야기하더라.
- 그러면 아예 못불렀나.
△ 아니다. 개성문 앞 공연 때 ‘자진난봉가’를 부를 수 있었다. 감시가 소홀했던 것 틈을 탔다. 북한에서는 아예 서도소리를 모른다. 양반들에게 기생하는 음악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니 남북한 어디에서도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 명맥 유지도 힘들다고 보는가.
△ 전통을 이을 사람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국악하는 사람들도 선뜻 전공하려 하지 않는다. 다행이라면 우리 대학들이 국악공부를 시키면서 반드시 서도소리를 하도록 커리큘럼을 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 이은관 선생의 ‘배뱅이굿’ 같은 경우는 인기가 높은 편으로 알고 있다.
△ 그 민요는 재담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다. 소리를 능란하게 하면서도 재담에 능한 소리꾼이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전승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이 분야에서도 안숙선 김영임과 같은 스타 국악인이 탄생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 ‘유지숙의 토리’등 음반작업도 활발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토리가 무슨 말인가.
△ ‘본바탕’ ‘근원적인 것’이란 뜻을 지닌 순 우리말이다. 올해 말 출시할 계획이다. 편곡과 창작곡 등 다양한 시도가 곁들여진 음반이다.
- 어떻게 서도소리를 배우게 됐는가.
△ 내 고향이 강화도 양사면이다. 황해도가 바다 건너인데 아버지께서 소리꾼이셨다. 어려서 그 영향을 받아 소리를 흥얼거리게 됐던 것이 이 길을 가게한 것 같다.
- 서도소리 보급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국악방송 ‘국악이 좋아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서도소리을 비롯하여 정가 등 국악상식을 전하고 있다. 황해도가 바라다 보이는 내 고향에 서도소리 전수관을 만들어 서도소리 보급에 힘쓸 계획이다. 개인발표회를 2년에 한번씩 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유지숙과 함께 하는 어린이 서도소리 발표회’를 갖기도 했다. 서도소리를 접하다 보면 서양 클래식 못지 않은 깊은 음색이 있다. 때문에 한번 알게 되면 마니아가 되는 음악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후난성(중국)=전정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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